바이마르의 위기를 바라본 두 법학자의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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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바이마르 공화국의 모습이다. 광란의 20년대에 들어서 정상궤도에 도달했던 독일의 경제체제는 마침내 대공황을 거치며 실업자와 휴지쪼가리 지폐만 남기고 말았다. 이때도 투표칸 수 번호 가지고 싸우는 모습은 작금의 우리와 다름없는 듯하다. 다만 당들의 모습이 다소 이상해보인다는 사소한 차이가 존재한다. 광란의 시기에는 극단주의 정당들이 활개치기 좋은 법이다. 의회의 과반을 차지한 독일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2번)과 독일 공산당(3번)은 바이마르 민주주의의 파괴를 지속적으로 기도하던 형국이었다. 경제도 정치도 혼란스러운 세월에 바이마르 공화국에는 두 법학자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바로 우리에게는 통치행위 이론으로 잘 알려진 칼 슈미트(1888-1985)이다. 그의 법학적 견해 역시 바이마르의 혼란상을 해결하는 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법학적 견해를 단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바로 "결단"일 것이다. 또한 그의 견해를 그 스스로 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리한다. "주권자는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이다." 그의 시선에서, 의회의 자유주의자들이란 공허한 말장난을 내뱉으며 비극 속 국민을 저버리는 작자들이었다. 그가 만들 새로운 법학은 이 시대정신에 부응해야만 했다. 법은 정상상태에서 그 항상성을 가질지언정, 예외상태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 예외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이의 수습을 위해 '단독' 결단을 내리는 주권자이다. 단독 결단을 내리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에서 법이 준거할 수 있는 질서를 수립할 창조적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주권자의 정치적 창조는 다음과 같은 전제 하에 이루어진다. 정치의 본질은 적과 동지를 구분짓는 것이며, 정치 행위는 공적을 규정하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물리적 투쟁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행하지 못한다면 정치집단으로써의 존재는 소멸함과 다름없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상태가 요구된다. 문제를 종결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상태는 자유주의의 협잡질 따위가 아니다. 실존적 대립을 위해 주권자와 국민이 일체가 되어 투쟁할 수 있는 본연이 민주주의의 순수성이며, 이에 따라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순된다. 단독 주권자의 정치적 결단만이 바이마르 공화국을 구원할 수 있다. ------------------------------------- 그 이전의 유럽에서 탄생한 국가이성론과 로크의 연합권과 같은 면모를 그의 결단주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고 봐도, 그의 견해는 매우 극단적이다. 로크의 연합권은 국민의 기본권과 공공선을 위해 작동하는 통치자의 재량이며, 이는 시민들의 저항권으로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결단주의에서 '결단'은 법을 창조하기 위한 질서를 만드는 행위이자 순수한 국가이성으로써, 제약될 수 없다. 그의 법학적 견해에는 분명히 기독교적 반동주의가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바이마르의 비극이 그의 조급함을 키웠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눈치빠른 새붕이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그런 조급함을 기회로 바라본 세력이 있었다. 바로 상술한 나치당이다. 흥미롭게도 슈미트는 초창기에는 되레 이런 극단주의 세력을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바이마르의 혼란을 틈타 성장한 나치당은 어느새 칼 슈미트가 기대를 거는 '단독 결단을 내리는 주권자'의 위치에 서있었다. 1933년, 결국 그는 나치당에 입당한다. 예외상태를 위한 수권법에 찬동했고, 반유대주의를 앞세워 실존적 적을 규정하는데 앞장섰다. 그의 법학은 나치당이 제창한 지도자원리의 강력한 옹호자로 전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1939년, 그가 예견한 실존적 투쟁에 독일은 말려들어간다. 우리 모두는 이 결말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나치 독일은 패전했고, 비극으로부터 발버둥치던 투쟁은 더 큰 비극을 불러왔다. 실존적 적을 향한 투쟁은 그저 제살깎아먹기와 다름없는 마녀사냥에 불과했고, 그는 교수직에서 정직처분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참극을 바라본 또 다른 헌법학자가 있었다. 바로 칼 뢰벤슈타인(1891-1973)이다. 독일에서 변호사로써 경력을 쌓았던 그이지만, 동시에 독일계 유대인이었기에 슈미트가 나치당에 입당한 그 해에 미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 너머 고국의 참상을 바라보며 대중편의주의적 체제의 '실존적 적'으로써 입헌민주정 수호를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그의 업적은 방어적 민주주의, 존재론적 헌법 분류, 현대적 권력통제론으로 축약할 수 있다. 그는 헌법과 실제 정치권력의 작동간의 일치를 바탕으로 헌법을 세가지로 분류한다. 규범적 헌법 - 조문과 정치권력 작용이 일치(대한민국 제 6공화국을 비롯한 서구권 선진국) 명목적 헌법 - 민주적 헌법 조문이 있지만 정치권력 작용과는 불일치(대한민국 군부정권을 비롯한 민주주의 이행기의 헌법) 가식적 헌법 - 독재를 위한 헌법(북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 규범적 헌법을 중심으로한 입헌민주적 헌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을 고안한다. 전체주의적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민주적 방어수단이 필요했고, 이는 독일 기본법과 한국 헌법에 제시된 위헌정당해산제도의 근거가 되었다. 또 입법-사법-행정의 명목적 3권분립 방식으로부터 탈피한 그는 정부와 야당을 상시 통제하는 야당, 법원, 국민의 구도로 현대적 권력통제의 틀을 제시한다. 전쟁이 끝나자, 뢰벤슈타인은 미군정의 법률 자문관으로 활동하며 시대가 만든 비극을 민주적 헌정질서의 이름으로 끝내는데 비로소 공헌할 수 있었다. 극단주의와 경제적 난맥이 겹친 혼란 한복판에 두 법학자는 서 있었다. 그러나 그 둘은 그 속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내렸으며, 운명 또한 달리했다. 민주주의는 어려워보이고 결단은 간편해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에도 백마 탄 초인의 등장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지난 2024년 겨울밤의 소극도 이와 무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만든 비극의 결말은 편의주의적 결단이 아닌 지루하고 어려운 합의인 자유민주적 헌정질서에 의해 그 끝을 맺었다. 물론 칼 슈미트의 결단주의가 단순한 편의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독일 철학의 사조적 측면이든지 여러 이유들이 존재한다. 또 흥미를 위해 작성된 이 글은 슈미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서술 위주로 되어있음 역시 감안하여야 한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민주주의에선 우리는 지루한 협의란 이름의 의자에 앉아서 끝없이 최선을 위해 논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dc official App 출처: 새로운보수당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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