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인듯, 그러나 곰팡이가 아닌 난균 Oomyc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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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arium균(상)과 phytophthora균(하)
위의 두 생명체들은 모두 곰팡이일까, 아닐까?
정답은 맞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생물의 6계 구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곰팡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 의미가 혼용된다.
넓은 의미의 곰팡이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실 모양의 미생물을 통틀어 가리키는 용어이다.
반면 좁은 의미로는 생물의 6계 중 균계에 속한 진균류Fungi만을 의미한다.
상단의 사진은 균계에 속한 진균인 Fusarium 균으로 두 의미의 곰팡이를 모두 충족한다.
그러나 하단의 사진은 Phytophthora균으로, 원생생물에 속하는 난균Oomycete이며 좁은 의미에서의 곰팡이가 아니다.
-진균류(무포자균, 불완전균, 담자균, 자낭균) 및 난균류의 생활사
진균과 난균은 모두 균사 형태로 성장하며, 대부분 포자를 통해 번식하는 등 생활사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안다.

-난균과 진균의 계통수상 위치
그러나 그와 대조적으로 유전적 거리 상으로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진균은 동물과 가장 가까운 계인 반면 난균은 미역을 포함한 조류 원생생물 계통인 Stramenopila에 속하기 때문이다.[1].
이와 같은 차이점은 분자생물학이 발달한 1980년대에 들어서야 밝혀져 두 생물군이 별도로 분류될 수 있었다.
-콩잎에 감염된
Phakopsora pachyrhizi
(콩 녹병균)
-감자 역병을 일으키는 난균인 Phytophthora infestans
난균이 한동안 진균으로 분류된 것은 겉모습의 유사성과 더불어 생태적으로도 진균과 같은 강력한 식물병원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였기도 하다.
난균과 진균은 총 식물 병원체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3]
진균 Phakopsora pachyrhizi(콩 녹병균)는 매년 아시아 콩 수확량의 10% 이상을 감소시키며, 난균 Phytophthora infestans(감자역병균)는 전세계 감자 생산에 매년 120억 달러에 달하는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식물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두 생물군은 감염 과정도 매우 유사하다.
-진균
Phakopsora pachyrhizi
(콩 녹병균)의 감염 과정
우선 진균 포자가 숙주 식물 표면에 접촉했을 경우 부착기appressorium가 형성되어 식물세포 표면의 왁스층을 돌파하고 식물체 내부로 균사를 뻗어 감염시킨다.
-난균 Phytophthora infestans(감자 역병균)의 감염 과정
난균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식물을 감염시켜 언뜻 보면 거의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둘은 형태적, 생태적으로 강한 유사성을 가져 오랜 세월 단일 생물군으로 오인되어 왔다.
그 영향은 아직도 남아 현재도 학술지에서 난균 앞에 항상 "fungus-like organism" 이라는 서술이 관습처럼 쓰일 정도이다.
과연 두 생물군이 이 정도로 유사하다면 굳이 분류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진균(상)과 난균(하)의 세포 구조
우선 세포벽 성분의 차이가 있다.
진균의 세포벽은 키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르고스테롤을 포함한 세포막을 가지지만, 난균의 세포벽은 식물과 같은 셀룰로오스로 구성되었으며 세포막에 에르고스테롤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진균은 납작한 구조를 가지지만 난균은 튜브 형태의 구조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4]
바로 이 차이점들이 농업에 있어 큰 문제가 된다.
-2025년 7월 전남 지방에 유행한 고추 시들음병
진균병 방제를 위한 농약은 주로 세포막에 위치한 에르고스테롤을 타겟으로 한다.
그러나 상술했듯 난균은 에르고스테롤이 없어 별도의 전용 약제를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난균병에 해당 약제를 사용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없다.

-만디프로파미드가 함유된 난균병 전용 농약
따라서 난균 특이적인 만디프로파미드(셀룰로스 합성 억제), 사이아조파미드(미토콘드리아 활성 저해) 등의 성분이 포함된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 7월 전남 지방에 역병성 고추 시들음병을 진균병으로 오인해 피해가 커져 농업당국이 정확한 진단 및 약제 사용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오인 문제는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팔과 쇄골 부위에 난균 감염 증상이 나타난 여성
병원성 난균의 대부분은 식물을 숙주로 삼는다.
그러나 드물게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숙주로 삼아 공격하기도 하며 이를 Pythiosis라고 한다.

-안구 pythiosis 감염 환자의 각막에서 분리된 pythium insidiosum
Pythiosis를 일으키는 주요 병원균인 Pythium insidiosum는 주로 열대 지방의 고인 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
그러나 진균과의 형태적 유사함 때문에 의사들조차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배양법을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진균 감염으로 오진하거나, 배양 중 외부 오염 진균으로 판단하여 시료째로 버려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 때문에 원인균을 검출하지 못하거나, 오진으로 인한 항진균제 처방으로 상황이 악화되어 최후에는 절단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5]
특히 인간 Pythiosis의 대부분은 안구에 발병하는데, 오진으로 인해 뒤늦게 안구 적출만이 유일한 치료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Pythiosis 발병 분포 지도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그러나 1996년 진돗개가 pythiosis 감염으로 폐사한 사례가 1건 존재하고, 인접국 일본에서는 2019년 안구 감염 환자가 발생하기도 하여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6,7]
언뜻 미생물들은 작고 단순한 생명체이니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 유사해 보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술한 난균과 같이 그들 각자가 오랜 시간 발달해온 고유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식탁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정확한 내용은 참고문헌 참조
1.Oomycetes, Thines, Marco,Current Biology, Volume 28, Issue 15, R812 - R813
2.Wang, B., Abubakar, Y. S., & Wang, Z. (2023). Special Issue "Genomics of Fungal Plant Pathogens". Journal of fungi (Basel, Switzerland), 9(7), 713.
3.Kamoun, S., Furzer, O., Jones, J. D., Judelson, H. S., Ali, G. S., Dalio, R. J., Roy, S. G., Schena, L., Zambounis, A., Panabières, F., Cahill, D., Ruocco, M., Figueiredo, A., Chen, X. R., Hulvey, J., Stam, R., Lamour, K., Gijzen, M., Tyler, B. M., Grünwald, N. J., … Govers, F. (2015). The Top 10 oomycete pathogens in molecular plant pathology. Molecular plant pathology, 16(4), 413–434.
4.Fawke, S., Doumane, M., & Schornack, S. (2015). Oomycete interactions with plants: infection strategies and resistance principles. Microbiology and molecular biology reviews : MMBR, 79(3), 263–280.
5.Hu, L., Huang, X., Yee, N. H., Meng, H., Jiang, L., Liang, L., & Chen, X. (2024). Pythium insidiosum: an emerging pathogen that is easily misdiagnosed and given treatment as a fungus. 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 14, 1430032.
6.손용성, 김대용, 권오경, 서일복. (1996). 진도개의 장에서 발생한 Pythium증의 증례보고.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대한수의학회지), 36(2), 447-451.
7.Maeno, S., Oie, Y., Sunada, A., Tanibuchi, H., Hagiwara, S., Makimura, K., & Nishida, K. (2019). Successful medical management of Pythium insidiosum keratitis using a combination of minocycline, linezolid, and chloramphenicol. 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case reports, 15, 100498
출처: 싱글벙글 지구촌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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